갈매기도 날지 않았습니다
한걸음 물러서자고 마음을 먹고
저 바닷가로 갔었습니다.
버리고 버렸는데도
어찌하여 모두 그대로이나요
지우고 지웠어도
모질게도 안 떨어지나요
저 바다, 백사장의 가로등,
방파제의 등대, 갈매기까지
모두 그대로 있는데
그대만 없나요
아득한 수평선 너머로
물러가는 그대가 있었지만
물거품을 뿜으며 출렁이는
거센 파도는 이내 그대를 지웁니다
한 줌 한 뼘씩 멀어져가는
그대를 겨울 바다에 묻어버리고
정 하나 사랑 하나 심었던
씨앗도 저 바다에 띄우고 왔습니다
봄은 왔다는데 겨울 날씨며
꽃이 폈다는데 꽃은 없고
고운 추억은 모두 사라지고
갈매기 울음소리만 있었습니다.
오래,오래 사랑하는 우리이고 싶습니다